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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테마형 쇼핑몰_ 공간스토리텔링의 정석

    

# 쇼핑몰 스케치   
몰링
스토리텔링
기대지평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향수와 일탈..

         


테마형 쇼핑몰은 마법의 성을 찾아가는 길 같다.
란제리 매장 옆에 안경점이, 안경점 옆에 난데없이 아동복 매장이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틈인가 악대부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되고,
비보이들의 신나는 춤판이 벌어지곤 한다.

뿐 만 아니다.
아이쇼핑을 즐기며, 다이어트도 즐기는 일명 몰링족들의 워킹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한 층에 정연히, 숙녀복처럼,
같은 계열의 상품들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기다리는
백화점과는 닮은 듯 다르다.

쇼핑이 전부만이 아닌 별천지 세상~~.

그곳이 바로, 테마형 쇼핑몰이다.

언제부터 쇼핑몰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일까!
다양한 현대생활의 단면을 담고
있는 쇼핑몰 공간 속에 담긴 비밀의 길을 걸어보자.

 

# 쇼핑몰이 이야기를 한다?!

테마형 쇼핑몰(이하 쇼핑몰)이 이야기를 한다?
아니다. 쇼핑몰 스스로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쇼핑몰은
콘텐츠와 합쳐질 때 무수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는 쇼핑몰의 콘텐트 속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와 그에 부쳐진
의미들이
체험과 만나면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인 셈이다.

즉, 쇼핑몰의 공간은 사건에의 몰입과 일탈 그리고 생성된
의미와 이를 되새김 하는 향수가 함께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와 같은 매체가 되는 것이다.
 
스토리(story)는 어떤 사건을 겪은 사람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번 걸러진 지식,
알기 쉽고 느끼기 쉬운 지식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형태는 신화, 전설, 민담, 소설, 만화, 영화와 같이
항상 새로운 기술과 함께 발전 했다.

한편,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이야기(story)’와 ‘이야기하기(discourse)’를
함께 지칭하는 동적인 개념이다.


이는 진행형의 형태를 띠며,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인 전달 행위의 생동감을 강조한다.
이야기 하는 자와 듣는 자 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의 과정 자체를 중요 시 한다.

즉, 쇼핑몰의 스토리텔링은 내용과 형식 그리고 프로세스가
혼연 일체가 된 진행형이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형식은 공간과 매우 잘 맞는 궁합을 보인다.
공간 또한, 내용(기능 등)이 일정한 형식(건축기술 등)을
이용한 구축과정(시공 등)을 통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합쳐진 공간의
스토리텔링은 매우 강력한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상호작용 과정이 중요한 방법론인 것이다. 

 


쇼핑몰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물건을 사면 넌 행복해, 왜냐구? 이거 저번에 김태희가 입었던 거잖아? 잘 기억해봐...”

“ 저번에 여기서 애인이랑 같이 놀았었지? 그가 생각나? 그럼 또 와 봐...”

꼭 마이크를 대고 옆에서 떠들어야 말인가?
쇼핑몰은 그 말보다도 더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숨은그림찾기, 공간스토리텔링과 뇌과학

공간스토리텔링은 글 보다, 그림 보다, 영상 보다 강력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뇌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가 연결되어있다.
그중에 우리 몸의 가장 높은 곳에는 뇌가 있다.
이는 겉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어가며 구분해보면, 신피질, 변연계, 뇌간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안쪽 뇌 일수록 생존과 같은 본능의 제어를 담당하고
바깥쪽 뇌 일수 록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쇼핑몰 디자인 시 가장 고려해야 할 뇌는 무엇일까?

그것은 변연계이다.
변연계 중 특히 편도체는 우리의 감정을 만들어내고 조작하는데 가장 많이 관련된다.

또한, 그 옆의 해마는 기억을 관장한다. 이들은 붙어있어서 상호연계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한 감정이나
충격이 큰 사건은 쉽게 의미를 만들고 기억 또한 쉽다.

이러한 체험의 특성을 이용한 뇌신경마케팅이라는 재미난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한스 게르크 호이젤은,

“모든 결정의 70~80퍼센트는 무의식적으로 내려지며,
외부의 정보 중
의식에 도달하는 것은 0.000004퍼센트에 불과하다.
고객이 내리는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감정적이다”

라 하여
감정적 자극과 반응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뇌의 작용은 오래전부터 인류에 프로그램되어 있다.

 
이러한 뇌의 특성들은 쇼핑몰 공간 스토리텔링의 원리를 매우 잘 설명한다.
먼저, 몰입의 기제를 살펴보자.
쇼핑객이 계속 반복되는 자극을 따라가다 보면, 일종의 감정연쇄가 생기고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여, 급기야 지금의 시간조차 모두 잊게 하는 몰입의 상태로 이끈다.  
이러한 연쇄 작용을 강화하기 위해서
쇼핑몰에서는 창과 시계가 없다.
잊어야 하니깐...

한편, 의식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뇌의 활동을 말하는데,
이들은 의미화 되어 대뇌에 저장된다. 이것이 소위 향수이다.

향수는 우리말에서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리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이다.
즉, 본 것은 그리워 할 수 있다. 안 본 것은 그리워하기 어렵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져 멀어진다.
이처럼 뇌는 습관화된 프로세스에 의해서 외부상황을 즉시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이를 저장 하므로,
그 프로그램에 맞추어서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쇼핑몰 공간은 행위를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서

뇌의 프로그램으로 쇼핑객의 몰입을 이끈다.

 
# 공간 커뮤니케이션에 담긴 특별한 장치들

그럼 쇼핑몰의 대표적인 공간커뮤니케이션 장치는 무엇일까?


1) 쇼핑몰은 꼬불꼬불하다. 몰링의 법칙
쇼핑몰의 공간은 꼬불꼬불하다. 왜 일까?

첫째 이유는 상점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뻥 뚤려 있으면 상점이
안 보이는 건 당연지사이지 않은가?

둘째는 쇼핑객이 호기심을 가지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이다.

인간의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으로 구분되며,
이중 단기기억은 변연계의 해마가 담당하는데,
단기기억의 지속시간은
18초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꼬불꼬불한 테마형 쇼핑몰의 한 구비에서 특정한 체험의 기억을 18초 동안 지속하고,

그 다음 구비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18초 동안 지속할 수 있는 물리적 유도 장치가 된다.
-도보로 각 구비를 지나는데
20초가 꼭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 쇼핑몰은 뭔가 다르다. 코어의 색다름
코어는 쇼핑몰의 끝 트머리에 있는 대형 상점과 같은 것이다.
테마파크에서는 이를 어트렉션이라 하기도 한다.

이들 코어는 일종의 목적지가 되어 사람들을 이끈다.

 


예전에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유명 스포츠 상점들이
이들 코어의 기능을 하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영화관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이들을 대신하고 있다.

 

3) 쇼핑몰은 기억한다. 주제의 부각
공간에서의 강렬한 인상의 기억, 즉 향수는 이른바 주제이다.
주제는 통상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써,
이는 사건의 의미를 통합해 오래 기억하도록 해준다.

이러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다시 오게 하는 힘.
그것이 쇼핑몰에서
가장 중요한 이른바 재방문력이다.
즉, 주제가 재방문을 유도하는 매우 중요한 관념적 장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삼성동 쇼핑몰에는
아쉽게도 뚜렷한 주제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의 심장, 대한민국의 상징, 강남!
어쩌면 강남 그 자체가 주제인 휼륭한 쇼핑몰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본 원고는 2003년 동덕여자대학원의 ‘현대미술론’강의록에서 발췌 하였습니다.
* 좀더 공부할 사람은 미쿤다의 ‘제 3의 공간’과 버트하임의 ‘공간의 역사’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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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성물산건설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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